딸에 대하여


오늘의 젊은 작가 17권. 김혜진 장편소설. 혐오와 배제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다. 엄마인 '나'와 딸, 그리고 딸의 동성 연인이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시작한다. 못내 외면하고 싶은 딸애의 사생활 앞에 '노출'된 엄마와 세상과 불화하는 삶이 일상이 되어 버린 딸. 이들의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며 엄마의 일상은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김혜진은 힘없는 이들의 소리 없는 고통을 '대상화하는 바깥의 시선이 아니라 직시하는 내부의 시선'으로, '무뚝뚝한 뚝심의 언어'로 그린다는 평가를 받으며 개성을 인정받아 온 작가다. 홈리스 연인의 사랑을 그린 <중앙역>은 바닥없는 밑바닥 인생의 고달픔을 건조하고 미니멀한 문장으로 표현해 새로운 감각의 '가난한 노래'를 완성했고, 소외된 청춘들의 출구 없는 인생을 다룬 소설집 <어비>는 "사회의 부조리를 직시하는 단단한 마음"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김준성 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딸에 대하여>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일면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기존 작품들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하지만 성소수자, 무연고자 등 우리 사회 약한 고리를 타깃으로 작동하는 폭력의 메커니즘을 날선 언어와 긴장감 넘치는 장면으로 구현하며 우리 내면의 이중 잣대를 적나라하게 해부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다.

한편 '퀴어 딸'을 바라보는 엄마가 '최선의 이해'에 도달해 가는 과정을 통해 작가는 타인을 이해하는 행위의 한계와 가능성이 서로 갈등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는 타인을 향한 시선을 다루는 김혜진만의 성과라 할 만하다.

타래 작성일 :

감상 완료일 :

주인장

이것도 지나가는 탐라에서 추천으로 들어와서 샀던 것 같다
이렇게보니 나는 누구보다 트위터 매체를 통한 홍보에 껌뻑 넘어가는구나ㅋㅋㅋㅋ

이 책에 대해서 아는건 레즈비언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점이라는 것 뿐이었는데
성소수자에 대한 주제가 메인이라기보단 정말 그걸 바라보는 엄마의 시점에서 묘사하는 책이었다

근데 나도 엄마한테 아직 커밍아웃을 안 해서 좀 이 내용이 그래도 사랑으로 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길 바랐던 것 같다
내용은 그런 내용은 아녔고
딸을 사랑하지만 딸이 자신이 아는 보통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엄마...

여기서 젠이라는 주인공이 일하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치매 환자가 나오는데 이 사람은 과거에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을 많이 돕고 매체에도 이름을 날렸던 여성이다
그러나 지금 이 병원에 그를 보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는 누구와 혼인을 하지도 않았고 입양도 하지 않았기에 혈육이나 다른 법적 가족관계가 없다
그렇게 사람들을 많이 도왔던 그사람은 이제 치매에 걸려 사람들에게 그저 말귀도 못알아듣고 귀찮은 늙은 노인으로 대우받는다

딸은 대학에서 비전임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자신과 같은 다른 비전임교수가 성소수자에 대한 발언을 함으로 학교에서 계약과 상관없이 잘리게되고 딸은 그 부조리함에 서울역 광장에 서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시위를 한다

주인공은 젠에게서 딸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
남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지만 이제는 그저 뒷방 늙은이 취급을 받는 젠
그래서 이렇게 되질 바라지 않아 자신이 알고있는 세상의 보통을 따라가길 바라는 것 같지만
솔직히..ㅋㅋ쿠ㅜㅜ 나는 딸의 입장이 훨씬 공감가기 때문에 주인공이 하는 말들은 내게 너무 슬프고 아팠다
가족도 이루지 못하고 아이도 가지지 못한다고 말하면서 7년을 만났지만 여전히 불안한 관계로 취급을 하며
심지어 딸의 여자친구에게 까지 저 아이는 자신의 딸과 다르게 손도 야무지고 요리도 잘하는데 왜 남자를 만나지 않는 걸까 라고 생각하는 대목까지
정말로 이해받을 수 없다는 느낌에 슬펐다

쓰다보니 생각나는 사담인데
예전에는 성소수자 행사에 나온 그들을 이해하는 부모들이 프리허그를 할 때 왜 사람들이 그 사람들을 껴안으며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봤자 타인이고 자신의 부모님들에게 이해받은 것은 아닌데
(쓰고나니 와 뭐 이딴 생각을 했을까)
근데 지금은 왜 우는지 이해가 간다
다양한 이유로 그들을 안으면서 울겠지만
내가 그들의 품에 안겨서 운다면 어딘가에선 나와같은 사람을 이해해주는 부모도 있다는 사실만으로 치유가 되고 마음 한켠에 계속해서 희망을 남겨둘 수 있어서 울 것 같다

이후에 병원의 부족한 예산 탓에 환자들은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고 주인공은 젠이 기저귀도 제대로 갈지 못해 냄새가 나고 살이 무르며 이런 대우를 받는 것때문에 병원에 조금씩 기저귀와 소독솜을 조금만 더 달라거나 병원 내 규정 외의 개인 물품을 가져와 그를 관리하면서 알게모르게 눈에가시로 박히고
무연고자인 젠은 결국 허락받아야할 어떠한 가족도 없기에 병원장의 결정에 의해 주인공이 모르는 사이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언제나 큰 삶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딸에게도 타인을 위해 사는 것에 무엇이 남느냐던 주인공은 젠이 어디로 갔는지 수소문하고 죽기 전까지 병원에서 주는 수면제와 약에 취해 죽기를 기다리는 노인이 아닌 주인공의 집에서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사람들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일상을 살고 보호를 받다가 세상을 떠난다

읽을 때는 그냥 무난하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진다
내가 느낀 것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나보다
뚜렷하게 어떠한 것을 느꼈다고 쓰기엔 두루뭉실한 감정이지만 재미있었다

글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다음에 다시 한번 읽어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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